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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암살> 영화 암살 줄거리 암살 실화 기반 친일파 영화

by 제이크킹 2025. 4. 8.

1. 서론

영화는 종종 역사를 말합니다. 하지만 그 말하는 방식은 역사책과 다릅니다. 기록된 사실을 재현하기보다는, 시대의 감정과 사람들의 얼굴을 담아냅니다. 그렇기에 역사학자에게 영화란 단순한 오락물이 아닌, ‘기억을 재구성하는 서사 도구’로 읽힐 수 있습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한 하드보일드 첩보 액션입니다. 상업영화로는 드물게 친일파와 독립군, 임시정부, 경성 거리, 무정부주의자까지 폭넓은 역사적 맥락을 다루며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스펙터클한 액션으로만 남지 않습니다. ‘암살’은 역사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우리는 누구를 기억하고, 누구를 잊고 있는가?”, “진정한 독립은 언제 오는가?” 이 글에서는 영화 ‘암살’을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그 역사적 맥락과 서사, 왜곡 혹은 재해석의 지점을 중심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2. 본론

1) 역사적 실체 위에 쌓은 픽션 – ‘암살’의 배경과 의도

‘암살’의 배경은 1933년 경성. 임시정부가 일본 고관 및 친일파를 암살하려는 작전을 세우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설정 자체는 역사적 실존 사건에 기반한 픽션입니다. 특히 영화 속 주요 인물들은 실존 인물들과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지만, 직접적인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은 남자열사에 치중된 독립운동사 속에서 상대적으로 가려졌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상징하는 인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독립군 내에서 여성의 역할은 ‘간호사’나 ‘지원’에 국한되지 않았고, 무장 투쟁에도 직접 참여했습니다. 이처럼 영화는 구체적 사실보다 ‘당시 분위기와 정신’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며, 대중에게 감정적 몰입과 역사적 공감을 동시에 유도합니다. 이는 역사학적으로 볼 때 단순한 왜곡이 아니라, ‘역사의 감각’을 재현하려는 예술적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2) ‘친일’이라는 말의 무게 – 암살 대상이 된 조선인들

‘암살’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적이 단순히 일본인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이 영화는 친일파를 암살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강인국(이경영 분)처럼 일본군의 권력에 빌붙어 조선인을 탄압한 이들이 영화의 핵심 악역으로 등장합니다. 이 선택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민감하고도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친일 청산’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영화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해방 이후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역사적 정산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역사학자로서, 이러한 서사는 비록 허구이더라도 오늘날의 시선으로 과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영화는 묻습니다. “우리는 왜 친일파의 이름은 지우고, 독립운동가의 이름은 잊는가?” 이 질문은 2025년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3) 기억투쟁으로서의 영화 – 상업성과 역사성의 균형

‘암살’은 상업 영화로서의 미덕도 놓치지 않습니다. 총격 장면, 경성 세트장, 카체이스, 이중간첩 서사 등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죠.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메시지들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서, ‘기억’이라는 정치적 행위에 관객을 참여시키게 합니다. 한 역사학자의 표현처럼, 기억은 곧 정치입니다. 누가 누구를 기억하고, 어떻게 기억하는지가 곧 그 시대의 권력관계를 드러내죠. ‘암살’은 이를 매우 대중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며,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기억의 매체’로 작용합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단순한 ‘시대극’이 아닙니다. 그것은 과거를 바라보며 현재를 질문하고,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기억의 프로젝트입니다. 비록 허구의 이야기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그 어느 역사 교과서보다 날카롭습니다.


3. 결론

‘암살’은 한국 영화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작품입니다. 액션 영화의 외형을 하고 있으나, 그 내면에는 역사적 책임과 기억의 윤리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역사학자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이 영화는 단순한 흥행작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역사를 다시 읽는 실천적 도구입니다. 물론 모든 역사적 재현이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의도와 방향성입니다. ‘암살’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역사는 누구의 것인가?”, “우리는 어떤 이름을 지키고, 어떤 이름을 지워야 하는가?”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답은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